상속재산을 정리하다 보면 예금과 부동산뿐 아니라 대출, 임대보증금, 가족·지인에게 빌린 돈 같은 채무도 함께 발견됩니다. 상속세는 재산 총액만 보고 계산하는 세금이 아닙니다. 법에서 인정하는 피상속인의 채무는 상속재산가액에서 차감할 수 있기 때문에, 실제로 존재하는 채무를 제대로 입증하는 것이 상속세 신고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검토 기준일: 2026년 9월 12일.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14조와 국세청 상속세 신고안내를 기준으로 정리했습니다.
상속세에서 채무를 빼주는 기본 원칙
거주자의 사망으로 상속이 개시된 경우 상속개시일 현재 피상속인이나 상속재산과 관련된 공과금, 장례비용 및 법에서 인정하는 채무는 상속재산가액에서 공제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가족이 ‘고인이 빚이 있었다’고 주장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공제받으려는 채무는 실제 존재와 금액을 객관적인 자료로 입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은행 대출은 비교적 확인이 쉽습니다
은행·보험회사 등 금융기관 대출은 금융기관의 채무잔액증명서, 대출계약서, 금융거래 내역 등으로 사망일 현재 잔액을 확인할 수 있어 일반적인 사인간 채무보다 입증이 명확한 편입니다. 주택담보대출이 남아 있다면 부동산 등기부의 근저당권만 보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사망일 현재 대출잔액을 확인해야 합니다.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과 실제 채무잔액은 서로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세보증금도 채무가 될 수 있습니다
피상속인이 임대하던 주택이나 상가가 있고 임차인에게 반환해야 할 임대보증금이 남아 있다면 그 반환의무 역시 사실관계에 따라 상속재산과 관련된 채무로 검토할 수 있습니다. 임대차계약서, 보증금 입금내역, 확정일자 및 실제 임대차 관계 등을 함께 확보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계약서만 있고 실제 보증금 지급이 확인되지 않으면 신고 과정에서 추가 소명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가족이나 지인에게 빌린 돈은 왜 더 까다로울까?
사인간 채무는 금융기관 대출과 달리 실제 채무인지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차용증이 있다고 해서 자동으로 공제되는 것도 아니고, 차용증이 없다고 해서 모든 경우에 실제 채무가 부정된다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결국 돈을 실제로 빌렸는지, 자금이 피상속인에게 들어왔는지, 이자나 원금 상환이 있었는지, 채권자의 자금능력은 어떠했는지 등 객관적인 사실관계가 중요합니다.
따라서 가족 간 차용이라면 차용증뿐 아니라 계좌이체 내역, 이자 지급 내역, 원금 상환 기록, 담보 설정자료, 채권자의 자금출처 등을 함께 보관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사례 1: 아파트 10억원과 은행대출 3억원
피상속인이 시가 10억원 상당 아파트를 보유하고 사망일 현재 은행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3억원 남아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다른 요건을 충족하고 금융기관 자료로 채무가 확인된다면 상속세 과세가액 계산 과정에서 해당 채무를 공제하는 구조입니다. 다만 상속세는 다른 재산, 사전증여재산, 각종 상속공제 등을 함께 반영하므로 단순히 10억원에서 3억원을 뺀 금액만으로 최종 세액을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사례 2: 부모가 자녀에게 1억원을 빌렸다는 차용증만 있는 경우
사망 후 서랍에서 ‘자녀에게 1억원을 빌렸다’는 차용증이 발견됐지만 실제 계좌이체 기록도 없고 이자 지급이나 상환 기록도 없다면 어떨까요? 이런 경우에는 문서 한 장만으로 실제 채무가 충분히 입증됐다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자녀 계좌에서 부모 계좌로 1억원이 실제 송금됐고 이후 이자 지급 등이 지속적으로 확인된다면 채무의 실재성을 설명하는 데 훨씬 유리합니다.
증여채무는 별도 제한이 있습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14조는 채무공제를 규정하면서 일정한 증여채무를 제외하고 있습니다. 상속개시일 전 10년 이내에 피상속인이 상속인에게 진 증여채무와, 상속개시일 전 5년 이내에 상속인이 아닌 사람에게 진 증여채무는 채무공제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단순한 금전대여 채무와 증여를 이행하기로 한 증여채무를 혼동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망 직전에 갑자기 늘어난 채무도 확인해야 합니다
국세청 상속세 신고서에는 상속개시 전 일정 기간의 재산처분 및 채무부담 내역과 사용처를 소명하는 명세서가 포함됩니다. 따라서 사망 직전에 큰 대출을 받았다면 ‘대출이 있으니 채무공제’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빌린 자금이 어디에 사용됐는지도 함께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대출금이 계좌에 그대로 남아 있다면 금융재산으로 상속재산에 포함될 수 있고, 다른 재산을 취득했다면 그 재산 역시 확인해야 합니다.
채무공제를 준비할 때 챙길 증빙
- 금융기관 채무잔액증명서와 대출계약서
- 사망일 전후 금융거래 내역
- 부동산 담보채무라면 등기사항증명서
- 임대보증금이라면 임대차계약서와 실제 보증금 수령 내역
- 개인 간 채무라면 차용증·계좌이체·이자 지급·원금 상환 자료
- 채권자의 자금조달 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
- 채무를 실제 상환했다면 상속인의 변제 금융자료
- 사망 직전 신규 채무라면 차입금 사용처 자료
상속포기·한정승인과 상속세 채무공제는 구분해야 합니다
민법상 상속인이 채무를 승계할 것인지 판단하는 상속포기·한정승인 문제와 세법상 상속재산가액에서 채무를 공제할 수 있는지는 서로 다른 판단입니다. 부채가 재산보다 많아 보이는 경우에는 세금 계산만 하지 말고 민사상 상속채무 승계 문제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신고서에도 채무를 별도로 기재합니다
국세청은 상속세 신고 시 ‘채무·공과금·장례비용 및 상속공제 명세서’를 필수 제출서류로 안내하고 있습니다. 결국 채무공제는 신고 마지막에 임의로 숫자를 빼는 절차가 아니라 상속재산과 채무를 각각 확인하고 관련 명세서와 증빙을 갖춰 신고하는 과정입니다.
실무에서 가장 중요한 점
상속이 시작된 직후에는 가족들이 고인의 계좌, 대출, 임대차계약 등을 한꺼번에 정리하느라 누락이 생기기 쉽습니다. 특히 개인 간 채무는 시간이 지나면 거래 경위를 설명할 자료를 찾기 어려워집니다. 사망일 현재 채무목록을 금융기관 채무, 임대보증금, 세금·공과금, 개인 간 채무로 나눠 정리하고 각각의 증빙을 붙이는 방식이 실무적으로 안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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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Janis Rozenfelds / Unsplash
공식 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상속세 및 증여세법 · 국세청 상속세 신고시 유의사항. 실제 채무공제 여부는 채무의 성격, 발생 경위, 상속개시일 현재 잔액 및 입증자료 등 개별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